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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발성보다 가사의미 생각하며 노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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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0-04-19 13:58 조회3,8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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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계승해야할 우리문학, 민족 자부심101_copy2_copy1.jpg

짧은 정형의 틀에 무궁한 세계와 자유

시조시인·가곡작사가 심응문

 지난해 주목을 받은 감성터치가 가벼운 임긍수 작곡의 크로스오버 음반집 <안개꽃 당신>의 작사자인 심응문 시조시인. 그의 가사는 절제된 언어와 정감어린 시인의 시선으로 사색이 깃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 <흰 눈의 기도>는 음악적 감수성이 풍부해 급부상하고 있는 신진 가곡작곡가 한지영씨가 곡을 붙여 우아한 선율과 눈 내린 겨울의 고요함을 사색적으로 노래해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심응문 시인은 3년 전 포럼 우리시우리음악에 작시위원으로 가입해 처음으로 전낙표 교수의 작곡 ‘홍도’ 라는 첫 작품을 통해 노랫말 시인으로 데뷔했다.

처녀작이라 의미가 있었던지 심응문 시인은 “시가 노래로 나오니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다”며 “이런 인연이 되어 1년에 한번 시를 내어 신작가곡을 만들어 냈다”고 했다.

그는 지난 가을 대한민국가곡제에 발표한 합창 악보를 내밀었다. 그의 가사에 정애련씨가 곡을 붙인‘거시기유전’은 제목부터 특이하다. 이곡은 전라도의 방언과 향토적 정서가 가득한 가사였다. 그래서 전라도 광주출신 정애련 작곡가가 이 가사에 곡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리듬적인 선율에 빠른 템포를 섞어 우아하고 서정적인 가곡과는 다른 색다른 형태였다.

한마디로 재미있는 단편극을 보는 느낌이었다.심응문 시인는 “이 악보가 공개되자 선풍적인 반응을 보여 합창단 지휘자들이 악보를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고 뒷담화를 소개했다.

심응문 시인에게 시조를 짓게 된 동기를 묻자 “창작적인 성취를 넘어 막중한 시대적 사명감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문단에 등단한 자유시인이 1만명을 돌파했다. 시조시인은 전국적으로 800명으로 추산한다.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시조시인은 200~300명 정도다. 시조는 어렵다고 하지만 참으로 멋있는 우리만의 전통 문학이며 계승시켜야할 민족의 자부심이다. 민족 고유의 정형시는 세계적으로 4곳에 불과하다. 일본의 하이쿠, 중국의 한시, 이태리 소네트와 더불어 한국의 시조다. 자랑스러워야 할 전통 문화다. 자유시는 100주년에 불과하지만 그 유명한 何如歌만 보더라도 700년의 역사를 갖는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고 하지 않던가. 일본의 하이쿠를 서양인들이 배우려고 대학에서 강의코스까지 만들 정도다. 세계가 하이쿠 열풍이다. 일본의 호텔에서는 로비에 하이쿠 족자를 계절별로 바꿔 걸어놓는다. 좋은 정형시조는 교과서에 게재해 민족적 자긍심을 학생들에게 일깨워줘야 한다. 민족을 위한 화합과 자긍심을 갖는데 박정희 정권시절에 이은상 시조시인이 큰 공로가 있었다. 지금은 민족적 자긍심을 이끌어 주는 문화가 별로 없어 안타깝다.”

과연, 시조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형식이란 틀 속에 무한 자유’라고 정의했다.

“45자 내외의 짧은 정형의 틀에 무궁한 세계와 무한의 자유가 있다. 잘 지은 한편의 단 시조는 단아한 도자기를 감상하는 듯하다. 반복해 읽어봄으로써 맛과 멋이 느껴지는 것이 좋은 시조다.”

그는 노래와 시조는 흐름과 맥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기승전결이 강물의 흐름과 유사하다. 잔잔히 흐르다 여울목에서 물이 휘 돌아치듯 시조도 종장에서 극적인 처리가 이뤄진다. 이 역시 노래에서는 후렴부와 같으며 전혀 다른 새 멜로디가 나오기도 하고 빠르기의 변화도 시조와 비슷하다. 시조는 노래요, 음악이다.”

심응문 시인은 1만명의 시인이 하루에 한 작품의 시를 발표하면 “얼마나 많은 작품이 쏟아질 것 인가”라며 “대중들은 관심이 없고 읽혀지는 시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작가개인의 만족에만 치우친 미공개 작품으로 묻혀 지는 게 대부분인데 시가 노래로 재탄생되어 사람들이 흥얼거리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을 건질 수 있다면 “작가에게는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고교 2학교 때 등사기로 교내신문을 발행하면서 문학청년의 꿈을 키운 심응문 시인.

그 당시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기반을 둔 시대풍토에 따라 이공과 계열로 진로를 정해 화학과 졸업 후 직장생활에 매달려 문학은 점점 잊혀져갔다.

그가 다시 문학을 하게 연유가 있었다.

“80년 말 묘한 인연으로 소백산국립공원 산림감독인 김영덕시인을 업무적으로 알게 되어 그를 만날 때마다 문학지 책 한권을 내게 선물했다. 10년간을 늘 그러던 그가 어느 날 ‘그만큼 보셨으면 이젠 쓸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라고 했다. 시를 많이 읽다 보면 이것은 이렇게 표현하면 더 좋을 텐데 하며 스스로 느낄 때가 있다. 詩作을 했다. 그런데 막상 써보니 어려웠다.”

  현재 발매중인 크로스오버 음반 ‘안개꽃당신’에 대해 심응문 시인은 음악적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시도였다고 말했다.

“임긍수 작곡가의 제안으로 9곡은 문집발췌 6곡은 새로 써 줘 15곡을 만들었다. 가곡이 위축되는 이 시대에 국내 최초로 일반가곡 형태를 벗어나 청중이 쉽게 따라 가창 할 수 있도록 드럼이나 전자키타 등을 섞어 창작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 아쉬움이 있다면 성악가보다 대중가수가 연주 녹음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음반은 가곡매니아동호회 중심으로 급속히 보급되어지고 있다. 그는 대중음악인 경우 30초안에 뜰까말까 결정되는 것에 비해 가곡의 대중적 보급과 인기는 5년~1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국민 정서순화를 위해 노래되어지기 위한 기획으로 의미가 있다. 이 음반은 곡이 부드럽고 가사내용이 대중가요처럼 절대 가볍지는 않다. 15곡 모두 각자 독특한 음악들이다. 역시 대작곡가다. 국내 손에 꼽을 만한 최고의 작곡가가 곡을 붙여 주는 것은 내게 고마운 일이고 작가로서 행운이다”

학창시절부터 삼청동에서 성북동을 넘는 새벽 등교길에 호젓한 아침을 즐기며 가곡을 불렀다는 심 대표.

“가곡 연주자들이 고운소리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얼굴에 인상을 써 즐거운 의미의 가사를 살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발성을 초월해 청중과 함께 호흡하는데 관심을 더 가져야 할 것이다.”

심응문 시인은 2001년 제1회 우리시문학상 우수상과 2002년도 계간 현대문학의 <시조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는 계기가 됐다. 2007년 시집 <사랑을 드십시오>를 발표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사)한국시조문학진흥회 초대 이사장직을 맡아 활동한 바 있다. 소백산의 천년 주목나무를 노래한 이안삼 합창곡 <주목>과 더불어 <아버지의 티셔츠>등 지금까지 20개의 노랫말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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