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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행복한 세상 만드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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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취재팀 작성일09-10-08 14:52 조회19,7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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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행복한 세상 만드는 음악
[서울경제] 2007/05/18 17:49
 
최승우(한국오페라단연합회사무총장)
 
오페라에 관한 일을 하면서부터 고전음악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점점 깊이 맛보는 즐거움이 생겼다. 그 즐거움 중의 하나를 아주 간결하게 표현해낼 만한 시가 하나 있다. 허공 중에 화살을 하나 쏘아놓고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 날 한 참나무 둥치에서 그 화살이 부러지지도 않은 체 박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고 또 허공 중에 노래를 한 곡 불렀는데 역시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그 노래를 친구의 마음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롱 펠로라는 미국 시인이 쓴 시다. 어진마음 키워주는 음악 사람이 살아가면서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남에게 화살을 쏘게 되는 일이 많이 생긴다. 많은 우리의 말과 행동이 그렇고, 또 많은 우리의 일들이 가치 있고 보람됨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이 꼬집고 찌르고 화살을 박아넣는 아픈 것일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음악을 들려줘 오래도록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일과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필자는 공연을 할 때마다 거의 매번 이 시의 내용을 기적처럼 확인하게 된다. 중년 부인이나 심지어는 60대 할머니들이 음악회가 끝나면 무대 뒤로 일부러 찾아와서는 “어릴 때 김자경 선생님 공연을 보고 느꼈던 감동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어떤 분은 심지어 그때 음악회를 마치고 봤던 교정의 꽃 모양과 향기까지 모두 고스란히 기억해내면서 지금까지도 자기 인생을 향기롭게 하는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라고 말한다. 필자 자신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어릴 적 시골 학교의 음악시간에 예쁜 드레스를 입고 풍금을 치시던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 아하, 천사는 바로 저런 모습 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창가에 있는 풍금 앞에 앉은 선생님은 그때까지 본적이 없는 신기한 옷감의 검정 드레스를 입고 풍금을 치셨는데 작은 유리창으로 거침없이 들어와 눈부시게 하던 햇살 등이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마음 한켠에서 내 영혼을 살찌워왔던 것이다. 우리 오페라 교육 프로그램에는 어린 아이들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많이 온다. 이 어린이들도 소중한 기억으로 마음속에 마르지 않는 샘 하나를 만들어 평생 동안 선한 정서의 샘물을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는 입학 첫날, 첫 수업에 음악회를 한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대학교에 들어왔다는 자부심과 호기심, 그리고 설렘으로 흥분해 맞는 첫 수업의 이름은 ‘첫날밤 음악회’라고 한다. 그 수업에서는 주로 베토벤의 심포니 같은 것을 들려준다. 이런 수업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하는 이유가 더욱 감동적이다. 하버드대학은 ‘네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이런 음악이라는 것이 있어서 정말 황홀하고 아름다운 곳이다’라는 것을 처음으로 가르치고 싶다는 것이다. 정말 좋은 것이 뭔지를 아는 훌륭한 학교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대목이다. 백범 김구는 “이 세상을 기아와 전쟁에서 구할 수 있는 길은 어진 마음과 사랑(仁愛)이며 이런 마음을 키우는 것은 오직 문화의 힘뿐”이라고 말한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보고 나면 아무리 굳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도 어질게 된다. 잘못된 길을 걷게 된 여인이 진실한 사랑에 눈떠 모든 것을 바치며 희생하는 천사가 되고 마지막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 우리의 마음속에는 비난과 비판의 잣대가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를 어질고 사랑이 가득한 마음이 자리 잡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음악은 동양에서 모든 덕목의 으뜸으로 꼽는 어짐(仁)과 서양에서 가장 으뜸으로 꼽는 덕목인 사랑(愛)을 마음속에 심고 키워가는 일이니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현실은 참으로 어렵기만 하다. 얼마 전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등의 참담한 통계가 관계 당국의 실태조사 결과발표로 드러나게 됐다. 대중문화의 홍수 속에서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의 고전음악 육성에 대한 지원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 비해서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색하다. 순수음악 육성 정부가 나서야 지난 2월 우리나라의 가장 크고 많은 활동을 한 오페라단을 중심으로 36개가 뭉쳐 연합회를 만들고 양수화 글로리아오페라단장을 초대 회장으로 선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도 바로 음악계의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은 음악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정부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잘사는 나라들은 국민의 세금을 걷어서 학교를 짓고 교육을 시킬 때 대부분 음악을 가장 먼저 가르치고 또 최고의 가치로 가르친다. 영어와 수학만이 살길이라고 가르치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행복하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이다. 행복한 삶은 역시 돈이나 권력보다는 음악에서 온다는 사실을,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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